울며 겨자먹기?… 고금리 카드사에 몰리는 저신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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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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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 1년 새 2조가량 늘어
은행권과 달리 금리 ‘나홀로 상승’
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강화나서
연합뉴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신용카드사로 몰리면서 카드 단기 대출(카드론)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은행권 대출과 달리 카드론 금리는 오르고 있어 이용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BC·KB국민·NH농협 등 9대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8조7610억원이다. 같은 해 1월(36조6450억원) 대비 2조1260억원 증가했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29조원대였던 카드론 잔액은 2020년 말 32조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38조원대까지 불어났다. 카드론 잔액이 짧은 기간 내 확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NH농협을 제외한 카드사 8곳의 카드론 연체율은 2022년 8월 1.62%에서 지난해 8월 2.26%로 1년 만에 0.64% 포인트 상승했다.

리볼빙 잔액도 함께 증가하는 중이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통상 10%)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이자가 법정 최고 수준인 연 20%에 육박하는 데다 대출 기간도 짧아 벼랑 끝에 몰린 취약층이 연체 직전에 택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사 8곳의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7조5120억원까지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다음 달 말 소폭(740억원) 감소한 7조4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신용자가 카드사로 몰리면서 관련 금리는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카드사 8곳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61%로 전월 말(14.46%) 대비 0.15%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신용 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7.19%까지 높아졌다. 리볼빙 평균 금리도 지난해 11월 말 16.64%에서 12월 말 16.68%로 한 달간 0.04%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은행권 금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4%에서 3.84%로 0.16% 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리볼빙 금리는 대출에 매겨지는 ‘가격’ 개념이라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많이 신청할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리볼빙을 찾는 저신용자의 빚 상환 부담이 고신용자보다 커지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카드사 대출 금리 인상 추이를 들여다보며 관련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카드사 리볼빙 금리 비교 공시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나서는 한편 카드업계에 카드론·리볼빙 마케팅을 과도하게 벌이거나 공격적으로 권유하는 영업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해 카드론·리볼빙 잔액이 카드업계 평균치보다 많거나 연체율이 두드러지는 카드사 몇 곳을 대상으로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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