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도 못 벌어” 카드모집인, 6년 새 3분의 1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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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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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시장 포화에 온라인 가입 늘어
5만명 달했던 카드모집인, 9000명 수준
카드사 역성장하며 판매관리비 줄이는 추세

국내에서 발급 중인 카드사 신용카드. /조선DB

경기도 화성시에서 카드모집인으로 15년간 일했던 이모(52·여)씨는 올해 들어 일을 그만두었다. 이씨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카드 모집 수당으로 한 달에 1000만원대를 벌기도 했다”며 “그러나 8년 전부터 카드 모집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넘어가더니 최근에는 월 200만원도 벌기 힘들어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회원 가입을 유치하는 카드모집인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데다 최근 온라인에서 카드를 비교해보고 가입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카드모집인들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20일 여신전문협회에 따르면 전업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말 기준 카드모집인 수는 7678명이다. 이는 2021년 8145명에 비해 467명 줄어든 수치다. 카드모집인은 최근 6년간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16년 2만2872명, 2017년 1만6658명, 2018년 1만2607명, 2019년 1만1382명, 2020년 9217명으로 6년 새 3분의 1가량 줄었다.

과거 카드모집인은 ‘억대 연봉’을 받을 정도로 많은 수입을 올려 인기를 끌었던 직업이다. 한때 국내 카드모집인 수는 5만여명에 달하기도 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지하철역 등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카드모집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을 통해 카드 발급 절차가 간소화하면서 카드모집인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카드업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카드 발급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수수료 비용 절감을 위해 카드사들이 온라인 발급 전용 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자, 카드사 입장에서 카드모집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카드 발급을 신청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한 점도 카드모집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순이익 6414억원으로 전년(6750억원) 대비 5.0%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786억원으로, 전년(4189억원) 대비 9.6% 줄어들었다. 이는 모회사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된다.

카드사가 역성장한 이유는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 등으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고객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카드사는 자금의 약 70%를 여전채로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높아지면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달비용이 증가하며 카드모집인 수당 등 판매관리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카드모집인은 발급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데, 한 장당 10만~15만원 수준이다. 카드사는 이들을 위해 점포 관리 비용 등을 제공하는데 이 금액까지 합산하면 카드모집인 1인당 4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

카드업계는 비대면 발급으로 이런 비용을 절반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카드사가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 카드별 특성을 자세히 기재해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카드 고객이 되는 계층은 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생)인데, 이들은 온라인에서 직접 다양한 카드를 비교해본 뒤 고르고 있다.

이렇게 줄어드는 비용으로 카드사는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카드를 발급할 때 연회비를 감면하는 정책으로 활용한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핀테크 등 플랫폼을 통해 유입될 경우 일정 기간 이용에 따라 10만~2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기도 한다.

카드모집인 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모집은 완전히 온라인으로 넘어간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모집인에게 제공하는 수당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면 중심 거래 추세가 더 강해지는 만큼 카드모집인 비중을 점점 줄여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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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김수정 기자입니다. 은행권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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