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은행들 횡재세 대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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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21. 오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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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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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 속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예대마진에 따른 신한, 우리, 하나, KB국민 등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이 늘어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2022.02.0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을 계기로 은행 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리 인상기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이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국회 내 과반 의석을 점유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유사에 이어 은행에 대해서도 횡재세 입법을 준비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압박하면서도 횡재세 도입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여론전과 공방이 예상된다.

21일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은행의 초과이익에 횡재세를 물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난방비 폭등 비난 여론에 힘입어 정유사 횡재세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발언을 고리로 횡재세 부과 영역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은행 수익을 국민과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이야기한 것은 민주당의 횡재세 논의에 화답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 은행의 예대마진과 화석연료 가격 폭등에 따른 거대 에너지기업의 이윤을 횡재세로 걷어 국민 기본적 생활 보장 재원으로 쓰는 것은 매우 정의로운 조세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민병덕 의원도 은행 횡재세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고금리 수혜를 본 은행에 횡재세 성격의 초과이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으로 법인세법이나 은행법 개정안 형태로 낼 예정이다.

민 의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초과이득은 금리 인상에 편승한 무임승차이며 고객에게 환원하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며 "법제실에 검토를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외에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이미 지난해 8월 국내 정유사와 은행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한국판 횡재세'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인세법 과세특례 규정을 이용해 초과이득에 대한 특별 법인세(초과이득세) 형태로 마련된 한국판 횡재세는 상장법인 4개 정유사 및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이 부과 대상이다. 초과이득세 세수에 해당하는 정부 출연금을 에너지 및 금융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초과이득공유기금에 적립토록 규정했다.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은행의 이자 이익 중 일부를 서민·취약계층 지원 출연금으로 활용하자는 횡재세 성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개정안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재원조달 방안에 은행의 수익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서민금융지원 사업 수행을 위해 설치된 자활지원계정에 은행으로 하여금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출연하도록 한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가 도입…국내서도 이자장사·성과급 비판으로 주목

횡재세는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큰 혜택을 본 기업에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일부 기업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두면서 세계적으로 횡재세 논의가 본격화됐다.

주로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주요국들이 횡재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미국도 횡재세 도입이 공론화된 가운데 스페인, 헝가리, 체코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초과 이자수익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금리 기조로 서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지만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남긴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횡재세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국민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 등으로 18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사상 최대 실적의 대부분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예대금리차를 통해 올린 이자 수익으로 꼽히고 있다. 지주별 이자이익은 국민 11조3814억원, 신한 10조6757억원, 농협 9조5559억원, 하나 8조9198억원, 우리 8조6966억원 규모로 1년 간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50조원에 근접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300~400%의 성과급에 6억~7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농협 6706억원, 국민 2044억원, 신한 1877억원, 하나 1638억원, 우리 1556억원 등 1조3823억원에 이른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화폐 지원 예산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1. photo@newsis.com
가계와 기업에 가중된 이자부담으로 올린 성과인 만큼 은행이 공적인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거센 이유다.

은행권 일각에서 "대출금리 인하와 취약차주 지원 등으로 이익 증가분을 반납한 측면도 있는데 횡재세 도입이 얘기될 정도로 막대한 이익을 누린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항변이 나오기도 하지만 서민들의 고금리 고통 속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횡재세 도입에 '글쎄'…은행 사회적 책임 강화에 방점

정부와 여당도 윤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공개 비판한 뒤 연일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횡재세 도입에는 부정적인 기류다.

기업의 수익 증가는 자연스럽게 누진적 구조의 법인세 부과로 과세할 수 있는데도 단지 수익이 늘었다고 추가적인 세금을 물리는 것은 조세 정책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초과 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반대로 기업이 손실을 볼 경우 보전을 해줄 것이냐는 반문도 나온다.

또 은행에 횡재세를 물린 유럽 일부 국가들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아 자본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은행 횡재세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준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이익을 엄청 냈는데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민주당 이성만 의원 질의에 "전혀 없다. 은행이 돈을 번 만큼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기여하면 되는 것이지 기업이익을 쫓아가면서 그때 그때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우리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횡재세 도입에는 선을 긋는 대신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최근 은행의 공공성을 현행법의 목적에 명시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은행이 공식적으로 공적 의무를 지게 됨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은행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익적 활동을 확대하도록 해 통합적인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 자체에는 말을 아끼지만 은행 돈잔치 논란을 촉발시킨 성과보수체계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횡재세와 관련해서는 쟁점이 많은데 금융보다는 세제당국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횡재세는 논의 단계라기보다는 지적이 이제 막 제기되는 상황인 정도인데 국회 정무위 등을 통해 당국 입장을 여야에 설명하겠다"고 했다.

은행에 이어 보험·카드사와 증권사로까지 성과보수 체계 점검을 확대한 금융당국은 오는 22일 첫 회의를 갖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우선 은행에 대한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을 본격화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임원 성과급을 일정 기간 이상 나눠서 지급하도록 하는 이연 지급제가 제대로 실시되는지 점검하고 임원이 기업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성과급을 환수·유보하게 하는 '클로백(claw back)' 제도 정착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성과급을 포함한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해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의 보수를 감시·견제할 수 있게 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도입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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