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뱅커가 온다②] “안녕하세요 고객님” 은행원 대체하는 가상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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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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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영업점 전진배치
고객 업무 최대 80%까지 해결
"점포 축소 부추긴다" 지적도
[데일리안 = 이호연 기자] 디지털 생존 기로에 선 은행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역대급 실적 속에서도 행원들은 내보내고 그 자리를 ‘디지털 키오스크’와 ‘AI 행원(뱅커)’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금융 가속화는 AI뱅커의 대중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 불어 닥친 디지털화의 이면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신한은행의 AI 행원이 도입된 AI컨시어지(왼쪽)와 NH농협은행의 AI행원들. ⓒ각 사
시중은행들은 사람이 나간 자리에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인공지능(AI) 행원 개발·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AI행원을 은행 점포에도 도입하면서 AI행원 대중화에 물꼬를 텄다.

가장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AI행원을 고객과의 대면 접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2021년 하반기 남성 AI행원을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의 ‘AI 컨시어지’에 도입했다. 은행 측은 사내 공모로 젊은 남·여 행원을 선발한 후 이들을 모델로 해 AI 행원을 개발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남성 AI행원은 컨시어지 3대(서소문, 한양대, 여의도)에서 도입돼 고객들의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여성 AI행원은 전국 58개 점에 설치된 225대의 디지털데스크에 배치돼있다. 신한은행의 AI행원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 등장해 외국어로 고객을 응대하는 시연을 보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AI 행원과 대화하다 해결되지 않는 업무가 있으면 바로 화상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영업부 직원과 연결되는 방식”이라며 “남성 AI행원은 순번발행기를 대신하는 수준이지만, 여성 AI 행원은 고객이 볼 수 있는 업무의 80%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업무 시스템 영업시간은 지점마다 다르지만 최대 오후 8시까지다.

국민은행은 2021년 3월 여의도 신관에서 첫 선을 보인 AI상담사를 행원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3월 AI은행원 키오스크를 영업점에 도입하고, 자체 개발한 자연어처리 엔진 ‘KB-STA’를 반영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업무 영역에 맞춰 1300여개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자연스런 대화와 상담이 이뤄지도록 했다. STM·ATM 등 사용법이나 상품 소개 등 기본 업무 등이 가능한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월 남성 AI 행원 ‘정이든’과 여성 AI 행원 ‘이로운’을 정식 행원으로 채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실제 농협은행의 60명 남녀 직원을 얼굴을 합성해서 만들어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농협은행 측의 AI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AI 행원은 일반 행원과 마찬가지로 연수교육을 마치고 DT전략부 디지털R&D 센터 소속으로 공식 배치, 영업점 투자상품 설명 등도 해내고 있다.

금융소비자가 KB국민은행의 AI 컨시어지를 이용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AI행원 전격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우선 모바일앱 ‘하나원큐’를 통해 금융시장, 환율전망 등 다양한 금융정보를 브리핑 해주는 AI뱅커를 적용했다. 텍스트는 물론 시청각 영상으로 제공하여 한층 더 손님의 이해드롤 높였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AI은행원을 보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형 AI 모델에 금융 언어모델을 학습시켜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구현할 방침이다. 현재는 직원 연수 프로그램과 사내 방송에 적용했으나, 모바일 뱅킹, 영업점에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청사진이다. 올해 상반기 'AI 심사역'과 'AI 검사역'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은행들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AI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AI행원의 수준은 대부분 안내 및 기본 업무에 치우쳤지만, 가까운 미래 기존 은행원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같은 기술 고도화는 은행 점포 폐쇄를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총 18곳 은행들의 점포수는 지난해 9월 기준 5855개로 1년 전보다 340개가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 총임직원수는 2509명 감소했다. 은행 채용문 역시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실시한 정기 공채 규모는 1300여명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AI 금융 도입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봐야 한다”며 “AI행원은 영업점 축소로 인해 고객 불편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사마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뱅커카 온다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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