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 예대마진 7% 고금리 장사 이유는... 사모펀드 얼라인이 2대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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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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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 JB금융 지분 14% 보유
KB·하나·신한, 예대마진 1% 미만인데
전북은행 7%, 광주은행 5% 달해
‘수익 극대화’ 사모펀드 주주 사이 딜레마

JB금융지주 지분 14% 이상을 보유한 2대주주 얼라인파트너스/조선비즈DB

전북은행, 광주은행을 보유한 지역금융사 JB금융지주가 최근 진퇴양난에 놓였다. 최근 정부가 연일 금융권의 ‘돈 잔치’를 비판하고 있지만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배당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수치)도 주요 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극대화와 배당 확대를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지배력이 높은 JB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사에 비해 예대마진을 줄이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JB금융지주 주요 주주 지분율 현황/금융감독원

JB금융지주, 얼라인 지분율 14%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JB금융지주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7.79%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J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삼양사 외 특수관계인으로 전체 지분의 14.61%를 보유 중이다. 2대 주주는 14.04%를 보유한 얼라인이다. 뒤이어 OK저축은행이 11.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은 7.79%에 머물러 있다.

반면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의 지분 순위가 높다. 대구은행을 보유한 DGB금융지주의 경우 국민연금이 1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KB와 하나, 신한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도 국민연금이 8%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최대주주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운영하는 BNK금융지주의 경우 최대주주는 11.14%의 지분을 가진 부산롯데호텔 외 특수관계인이며, 국민연금은 9.53%의 지분율로 2대 주주다. 금산분리법에 의해 롯데가 사실상 BNK의 운영에 많은 제약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 의사결정에서 국민연금의 발언권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지주별 국민연금 지분율 현황/금융감독원

5대 은행 예대마진 1% 수준인데 전북 7%, 광주는 5%

주요 은행별 가계예대금리차를 보면 전북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6.90%포인트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광주은행 역시 4.99%포인트로 다른 시중은행 대비 예대금리차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신한과 KB국민, 하나은행의 예대마진은 모두 1%포인트 수준을 밑돌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런 은행별 예대마진의 차이가 소속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예대마진이 낮은 은행지주의 경우 공적자금 운용기관인 국민연금의 통제를 받아 정부 요구대로 금리차를 관리하고 있는 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입김이 센 JB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예대마진을 관리하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예대마진 공시가 시작된 지난해 7월 가계예대금리차가 1.38%포인트였지만, 12월에는 0.65%포인트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62%포인트에서 0.91%포인트로, 하나은행은 1.04%포인트에서 0.85%포인트로 각각 하락했다.

반면 JB금융지주의 경우 가계예대금리차는 7월 6.33%포인트에서 12월에는 6.90%포인트로 오히려 상승했다. 광주은행은 3.39%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1% 넘게 올랐다.

20일 공시된 1월 가계예대금리차도 전북은행, 광주은행은 타 금융사보다 훨씬 높았다. 전북은행은 7.18%포인트, 광주은행은 5.11%포인트로 각각 오르는데 비해 신한, 하나 등은 1%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얼라인은 최근 주주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 측은 지난 17일 보낸 2차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JB금융지주가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은 주주가치 관점에서 자본 배치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다음 달 9월까지 주주환원정책을 다시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얼라인은 배당 확대와 함께 호주뉴질랜드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외국계 금융사 출신의 김기석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등 JB금융지주의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요 은행별 가계예대금리차/은행연합회

사모펀드에 휘둘리는 은행 경영권

얼라인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JB금융지주는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금융 당국이 계속해서 예대마진 축소를 포함, 은행에 공적인 역할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2대 주주인 얼라인의 수익 추구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JB금융지주가 얼라인의 요구를 수용해 배당을 확대하고 예대마진을 줄이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이어갈 경우 정부, 금융 당국의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얼라인의 요구대로 움직인다면 금융감독원의 감사와 경영진 징계 등 강도 높은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은행을 ‘공공재’라고 규정했을 정도로 현 정부는 은행을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하는 금융사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은행 지분 보유와 경영권 간섭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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