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우울증 환자' 차별 논란… 금융당국, 결국 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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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21.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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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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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우울증 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보험사들에 지시했다./사진=머니S DB

#. 40세 여성 직장인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손해보험사 5곳에 실손의료보험과 암보험 가입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A씨가 2021년 2월부터 경증 우울장애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 상담원들은 "약물을 복용하면 가입이 어려우며 약물을 끊은 후 1년이 지나야 심사라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약물을 끊지 못 한 A씨는 결국 실손보험 가입을 포기해야 했다.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 거절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우울증 환자 인수 기준을 완화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우울증 환자에 대한 실손보험 인수 거부가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감원은 손해·생명보험사들에게 정신·행동장애환자 이른바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인수기준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들의 우울증 정도와 건강상태, 사회생활, 직장 생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우울증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험률을 의심해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울감경험률은 10.2%로 성인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이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OECD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우울증에 걸린 비율은 36.8%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것이다.

금감원은 질환이 있었거나 질환을 치료 중인 사람이라도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점을 들어 우울증 치료가 실손보험 가입 거절 사유가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보험사들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가입가능한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상품의 경우 건강한 사람들이 내는 것보다는 보험료가 비싸다. 지난 2016년부터는 표준약관을 통해 실손보험 보장항목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발병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A씨처럼 적극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은 가입이 제한되는 반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람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근거로 제시한 우울증 관련 각종 통계자료도 개인 증상과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고 대체로 2000년 초반에 작성돼 최근 의학 발전과 치료환경 변화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보험 인수 거절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울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손보험 가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인수업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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