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급전창구 '현금서비스'..카드사들 문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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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4. 오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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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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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서민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이 한 달 새 3000억원 넘게 줄었다. 카드사가 건전성 관리를 위해 현금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카드론을 집중 판매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NH농협)의 작년 12월말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6417억원이었다. 직전 월 말 잔액은 6조9464억원으로, 한 달 새 4.4%(3047억원)이 빠졌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지난해 10월말 7조897억원으로, 연 중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셨다. 특히 1조원 넘는 잔액을 보유했던 상위사에서 10월 이후 특히 가파른 감소세가 나타났다. 삼성카드는 10월말 1조778억원에서 12월말 8827억원으로 두 달 새 18.1%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잔액은 1조3695억원에서 1조2577억원으로 8.2% 감소했다. 하위권 카드사인 하나카드도 이 기간 4249억원에서 3780억원으로 잔액을 11.0% 축소했다.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취급을 최소화하면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현금서비스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과 달리 대출 기간이 1~2개월로 짧다. 이로 인해 카드사가 현금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면 곧바로 잔액에 반영된다.

카드사가 현금서비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이유는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현금서비스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한다. 최대 36개월까지 빌릴 수 있는 카드론도 신용점수가 높지 않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현금서비스 고객군은 카드론보다 더 취약한 수준이다.

작년 12월 NH농협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신규로 받은 고객 중엔 신용점수가 500점 이하인 저신용자부터 300점 이하인 최저신용자까지 있다. 카드론 고객의 신용점수가 500~1000점으로 제한되는 것과 대조된다. 신용카드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500점 이하 저신용자가 현금서비스로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는 신용점수가 500점 이하인 사람에겐 신용카드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현금서비스를 받은 저신용자 카드 발급 당시 신용점수가 높았으나 연체 등으로 현재는 점수가 낮아진 이들이다.

카드사는 안정적인 연체율 관리를 위해 당분간 현금서비스를 축소하고 카드론 위주로 대출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아주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보니 안 갚을 확률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이 유입되는 카드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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