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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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정부는 지난 17일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민생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 ▲경쟁을 통한 이권 카르텔 혁파·부당한 지대 추구 방지 등 정부의 새해 주요 상생금융 정책 방향 두가지를 직접 언급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폭넓은 서민금융’에 나설 거라고 예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 이어 새해 들어 두번째로 찾은 거래소에서 “기업은 자본시장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또 국민은 증권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자산 형성을 할 수 있다”며 “기업은 쉽게 자본을 조달하고, 국민은 투자를 통해 과실을 공유하며 번영을 이룩한 미국 경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액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온라인 전자 주주총회 제도화, 이사들의 사익 추구행위 차단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해 자본시장 도약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 지원을 강조했다.
 
또 “주식 투자자가 우리 5000만 국민 중 1400만이나 됐다”고 직접 짚으며 개미들의 기대와 호응에 크게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국민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온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을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성실하게 빚을 갚으신 분의 재기를 지원하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할 것”이라고 하는 등 서민들을 위한 금융 혜택을 폭넓게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밝혔다.
 
당시 정책 발표에 나선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민생금융’을 강화해 고금리 부담을 경감하고, ‘상생금융’으로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겠다”며 구체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및 비과세 한도를 두배 이상으로 늘리고 가입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간 최대 200만원인 ISA 비과세 한도를 400만원 이상으로, 연간 2000만원·최대 1억원인 납입 한도 역시 큰폭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공매도 일시 금지’, ‘양도세 대주주 주식 보유액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개인 및 소액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유화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가 상생금융 토론회를 마련한 것도 결국 자본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막 사회에 나오는 20대 초년생과 청년, 신혼부부들을 비롯한 우리 경제의 허리가 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20·30대 등 청년층이 채무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3만7768건, 재조정은 2만5588건으로 합계 6만3356건에 달한다. 전체 채무 조정 신청 19만7121건 중 3분의 1이 20∼30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개인 워크아웃 원금 감면 확정자 가운데 20대 역시 지난해 상반기 4654명으로 1년 전 2022년에 비해 1000명가량 넘게 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초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긴급히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은 출시하자마자 신청이 몰려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와 콜센터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소액 생계비 대출과 같은 일시성 대출을 제외한, 제도권 대출 중 가장 마지노선에 있는 제도로 최저 신용자 특례 보증이 있는데, ‘햇살론15 대출’을 거절당한 신용 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1인당 최대 1000만원 빌려주며 최초 대출 때 한도는 500만원인데, 매달 초 신청할 수 있는 잔액은 빛의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시행하는 최하위 대출은 신용등급 무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면서 신용 평점 하위 20%가 신청할 수 있는 ‘새희망홀씨 대출’인데, 이 기준에 미달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90%를 보증하는 저축은행의 햇살론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햇살론의 금리는 매우 높다. 예를 들어 햇살론15 상품은 금리가 연 15.9%에 이른다. 문제는 이러한 고금리 상품 대부분이 거치기간 없이 운용돼 차주들이 다시 대출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 악순환에 이른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 취약계층은 약 3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이번 토론회 주제처럼 ‘상생금융을 통한 기회의 사다리’로 오르려면 갈 길이 매우 멀다. 서민금융과 상생금융에 대한 보다 면밀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2024년 새해부터 정부의 금융 관심사가 자본시장과 서민금융, 상생금융이라는 점이 매우 반갑다. 유엔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8번 목표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 보장’으로 이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 유럽연합(EU) 유럽기후협약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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