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에게 H지수 ELS 권유” “은행서 위험 성향 조작”… 쏟아진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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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3. 오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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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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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23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실이 개최한 ‘금융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 금융의 과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양정숙 의원실 제공


홍콩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올해 수조원대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23일 국회에서 손실을 눈앞에 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무소속) 의원실이 개최한 ‘금융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 금융의 과제와 대안’ 토론회다.

현장에서는 “H지수 ELS를 판매했던 은행원이 투자 성향 점수를 제멋대로 높였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등 성토가 쏟아졌다.

A씨는 “60대 초반 어머니가 2017년 정기예금에 가입하러 은행에 갔다가 더 좋은 상품이라는 직원 말을 듣고 처음 가입했다. 이후 2021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어) 신경 안 써도 되는 안전한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은행원이 ‘여태 손실 안 났고 조기 상환이 안 된 적도 없다’며 재권유했다”며 투자 경위를 설명했다.

A씨는 이어 “그 은행원은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무조건 받을 수 있다. 증권사에서 파는 상품처럼 위험하지 않다’며 투자 성향 분석표를 직접 체크하고 어머니에게는 이름만 쓰라고 했다”면서 “정기 예금처럼 보이도록 상품 설명서·계약서도 안 주고 달랑 통장만 줬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 은행원에게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쓸 줄 모르는 60대 여성이 가입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냐’고 따졌더니 10분간 아무 말도 못 하더라”라고 말했다.

B씨는 인지 장애가 있는 94세 아버지가 자녀 명의로 금융 상품에 가입하러 은행을 찾았다가 직원의 불완전 판매로 인해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오래 거래해 아들처럼 여기던 은행원에 의해 초고위험 금융 상품을 찾는 공격 투자자로 바뀌었다. 그 은행원이 아버지와 내 등에 칼을 꽂았다”고 토로했다.

C씨는 고교생일 때 은행 권유를 받은 어머니를 통해 H지수 ELS에 처음 가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 당시 (은행이) 어머니께 통장밖에 안 줘 내 명의로 가입된 상품이 어떤 것인지조차 몰랐다. 이번 사태가 터져 확인해보니 고교생이던 내 위험 추구 점수가 (가장 높은) 100점으로 돼 있더라”고 말했다.

C씨는 첫 번째 가입했던 상품이 만기가 되자 은행원이 재가입을 권하면서 어머니에게 ‘딸 명의 보험을 해지해 (더) 넣으라’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초 가입 때부터 투자 성향이 조작됐고 재가입 때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불완전 판매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은행에서만 15조9000억원어치가 팔렸다.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을 비롯해 H지수 ELS 판매 비중이 큰 금융사 12곳을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현장 검사에서 불완전 판매 등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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