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중심으로 금융교육 소홀
예적금 구분 못하는 학생 많아
방문·체험 교육에 뮤지컬까지
청교협, 작년 4만2천명 교육
"금융 안정이 바탕이 돼야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소년에 대한 금융 교육이 중요하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고승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금융 교육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고 회장 생각이다. 그는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서 신용카드 사태를 담당하던 과장으로 재직하며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고 회장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금융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데, 입시 중심인 우리 교육 체제에선 금융 교육이 소홀히 다뤄져온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이 예금과 적금도 구분하지 못하는 등 금융 지식이 부족하거나, '빚투' '영끌' 등 과도한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청교협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형 금융 교육 협의체다. '청소년 금융 문맹 퇴치'를 기치로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매일경제신문 등이 정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청교협은 지난 20년 동안 총 3만6904회, 174만1585명에게 금융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청교협은 학교 방문, 체험형, 금융 뮤지컬 등 방법으로 17만3198명에게 총 2539회를 교육했다.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금융캠프, 정보기술(IT) 기반 교육 등을 하고, 일회성 방문 교육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금융 교육도 실시한다.
특히 금융 뮤지컬은 청교협만의 차별화된 교육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소비와 저축, 신용 등 금융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지난해 총 211회에 걸쳐 4만2100명을 교육했다. 이 밖에 자립준비청년, 발달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금융 취약계층에게도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 회장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글을 모르면 사는 데 다소 불편하지만, 금융을 모르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며 "임기 내 사회진출을 앞둔 청소년들이 실제 금융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금융교육 방안을 마련해 보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양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