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전환사채… 불공정거래 뿌리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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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3. 오후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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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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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발표

공시 강화·전환가액 조정 합리화

금융위 "무관용 원칙… 일벌백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전환사체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기업사냥꾼'으로 악명 높았던 불공정거래 전력자 A 씨. 그른 다른 2명과 함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신약 개발사 인수 소식을 퍼뜨리며 K 사의 주가를 띄웠다. 이들은 K 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한 뒤 고가에 처분했다. 이렇게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120억원. 이후 K 사와 신약 개발사 간 양해각서가 결렬됐고, 임상투자는 중단됐다. 주가에 힘을 실었던 소재들이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면서 주주들의 투자 피해가 이어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상반기 적발됐다.

대주주만 배불리는 전환사채(CB)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다. 공시를 강화하고 과도한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을 예방한다는 게 개선방안의 뼈대다.

기존주주 이익 침해 방지를 위해 전환가액 산정·조정 방법을 명확히 한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70% 미만의 전환가액 최저한도를 적용할 수 있다. 콜옵션 행사자 등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모' CB 발행 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토록 했는데, 이러한 규정의 적용 범위를 넓힌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이 공개됐다. CB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권이다. 중소·벤처기업 등이 주식이 오르기 전 매입해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콜옵션과 전환가액 조정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CB는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조건과 결합돼 활용된다. 콜옵션이란 미리 정한 가액으로 CB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리픽싱은 주가 변동 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콜옵션은 대주주의 편법적 지분 확대나 이익 편취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번번이 제기했다. 임의적으로 리픽싱(전환가액 조정)할 경우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도 높았다.

금융위는 시가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 예외 적용 사유와 절차 등을 명확히 했다. 현행 규정은 시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주주총회 동의(건별)가 필요하다. 주주들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전환사채 리픽싱 최저한도 예외 적용(최초 전환가액의 70% 미만으로 조정 등)을 허용한 것이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 합리화,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 등을 CB 관련 규제를 다방면으로 손질해나갈 방침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일벌백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시장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사모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사건 40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부당이득 840억원을 확인하고 혐의자 33명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CB 발행은 5조6000여억원. 대부분(99%)이 사모 채권으로 발행됐고, 코스닥 상장사가 전체 물량중 74%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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