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아우성] "투자자 책임원칙 고려" vs "원금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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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3. 오후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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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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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홍콩ELS 2296억 손실…상반기 피해액 6조 추정

금소법 적용 여부 관건…은행 불완전판매 지적, 금감원 책임론도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안이 적잖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피해가 발생한 소비자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소급 적용하기 어렵고 투자자 책임도 반영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행태를 비판하며 원금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ELS 상품은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만기 도래한 원금 4353억원 중 절반 가량이 반토막(손실률 52.8%) 났다. 이같은 흐름이라면 상반기 5대 은행의 원금 손실 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중국 정부가 약 2조위안(370조원)에 달하는 홍콩 증시 부양책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23일 전해지면서 상황은 다소 호전되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H지수는 급반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날 리창 중국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자본시장 현황을 보고받고 시장 안정과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지난해 3월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국무원 상무회의가 처음 자본시장에 관한 보고를 청취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중국 국유기업의 역외계좌에서 약 2조위안의 자금을 동원해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 후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홍콩 중국 본토 A주를 매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별도로 중국증권금융공사(CSFC), 중국후이진투자공사(CHI)를 통해서도 역내 주식투자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지원 자금은 최소 3000억위안(약 55조8200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이같은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홍콩H지수 ELS의 향배는 여전히 안개속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부터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서둘러 손실 보상안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분쟁 조정 배상안은 40~80%로 결정된 바 있다.

다만 보상안이 순탄하게 조율될지는 낙관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피해 보상에 집중하고 있지만,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보상을 하더라도 전액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걸림돌은 금소법 적용 시기다. 금소법은 2021년 3월 24일 시행됐다. 금소법 시행 전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 자본시장법에는 배상책임을 강제할 근거가 없는 반면, 금소법에는 금융상품을 판 금융사가 넓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을 어긴 경우 계약해지도 가능하다. 이번에 투자 손실이 발생한 ELS 상품 만기가 대부분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3월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물량에 대해선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은행에서는 불완전판매는 아니라는 완강한 입장이다. 은행들은 투자자 책임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 투자자 중 과거 ELS 투자 경험이 있는 가입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익을 봤을 때 침묵하고, 손실이 생기자 불완전판매라며 시장의 기준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은행 판매직원들이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식으로 현혹해 상품 판매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피해 보상안이 베일을 벗기 전부터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해 개선방안을 낸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하면서도 고난도 금융상품인 ELS 신탁 판매 허용 요청은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금융소비자의 투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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