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탈 대출이 없네"…저축은행 중도상환수수료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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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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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절감' 대환 수요 위축
고금리에 묶인 취약 차주들
저축은행 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국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을 만기 전에 미리 갚으면서 고객들이 낸 수수료 규모가 한 해 동안 거의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수료가 주로 더 싼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이자 절감에 성공하는 금융소비자들이 적어졌다는 의미다.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제2금융권 차주들의 대환 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 79개 저축은행들이 거둔 중도해지수수료 수익은 총 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줄었다. 이같은 수수료는 대부분 고객이 대출을 원래 정해진 만기보다 일찍 갚으려 할 때 내야하는 돈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의 중도해지수수료 수익이 12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3.1% 감소했다.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77억원으로, 페퍼저축은행도 48억원으로 각각 45.7%와 55.2%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이밖에 ▲OK저축은행(38억원) ▲웰컴저축은행(38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32억원) ▲JT친애저축은행(25억원) ▲키움저축은행(24억원) ▲상상인저축은행(21억원) ▲OSB저축은행(21억원) 등이 중도해지수수료 수익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중도해지수수료 수익 상위 10개 저축은행.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대출 중도에 상환하면서 발생한 수수료가 줄었다는 건 대환이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목돈이 생긴 고객이 빚을 미리 갚으면서 수수료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금리가 낮은 다른 대출로 옮겨가기 위해 이를 지불하는 사례가 훨씬 많아서다.

결국 대출 갈아타기가 힘들어진 여건이 저축은행업계의 중도상환수수료 축소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가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금리 대출에 묶여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서민들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보다 낮은 이자율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기 어렵게 된 저축은행들의 사정도 맞물려 있다. 치솟은 금리로 인해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저축은행들로서는 대출 이자율을 낮추기 힘든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지난해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반대로 중도 상환에 따른 수수료가 대출을 갈아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새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의 이자율이 기존보다 저렴하더라도, 당장 내야 할 수수료가 너무 많으면 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의 영업은 예금을 통해 들어온 돈을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 등으로 빌려주고 그 이자로 다시 예금 고객의 이자를 충당하는 구조로 이뤄지는데, 대출금을 예정보다 빨리 갚아 버리면 금융사 쪽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대출 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상환할 경우에만 부과할 수 있다.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넘었다면 수수료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대출 계약 기간이 그 이상이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 산출 시 잔여기간과 총 기간은 3년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대출 중도 상환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이전보다 완화하는 추세"라면서도 "높아진 조달 금리로 인해 대출 이자율을 낮추기 어려워진 금융사들의 환경이 대환 축소로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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