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살 돋으려면 굳은 살 벗겨내야"…이복현, 고강도 발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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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5. 오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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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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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CEO 만나 '부동산 PF' 대응 작심 비판
"대규모 정리로 시장 더 크게 위축될 가능성"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2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 관련 "새 살이 돋으려면 굳은 살을 벗겨내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내자 증권사들이 초긴장 상태다. 특히 후순위 채권이 상당수인 중소형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일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PF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주길 바란다"며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12월 결산시 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할 것"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2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와 정밀하게 협의된 건 아니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같다"며 "저는 20%가 아니라 오히려 100%에 가까운 정도로 자기책임이 될 수 있는 세팅이 된 상태에서 부동산 시행 내지 개발을 하지 않는 건 앞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태영건설 사태 때 이 원장이 사재 출연 등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처럼 부동산 PF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둘러 손실 처리하거나 충당금을 더 쌓는 식으로 수습하라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충당금과 별도로 실질적인 위험에 따라 준비금을 따로 마련하는데, 이런 리스크 관리를 기존보다 엄격하게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충당금과 별도로 외부법인이나 내부 리스크 관리팀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당 딜에 대해 점검하고 준비금을 추가로 쌓는데 그런 조치를 현행 수준보다 더 엄격하게 하라는 말로 이해했다"며 "회사들마다 해당 절차를 심도있게 진행해서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순위 채권 비중이 많은 중소형사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판단을 시장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진 상황에서 하면 달라질 수 있는데 무리하게 대규모로 정리할 경우 오히려 시장이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라 지금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증권사가 위험성 고려 없이 단기적인 수익만 추구한다고 비판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인위적으로 압박해서 대규모로 부실 사업장을 정리할 경우 시장 위축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이미 손실이 난 게 더 커지느냐, 놔두면 조금 만회가 돼서 정상화될 수 있느냐를 두고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이걸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브릿지론 문제가 심각할텐데 이에 대한 정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며 "본 PF 같은 경우는 지금 다 시행되고 있고 브릿지론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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