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 수출 증가세 ‘관건’
고금리·고물가에 내수 부진 유지될 듯
지정학 리스크 발생 시 1%대 하락 가능성도
[파이낸셜뉴스]정보기술(IT)경기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점차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성장률이 2%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고물가로 민간소비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고금리 충격이 이어지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가운데 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25일 한국은행의 ‘2023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문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다. 순수출 기여도는 0.8%p을 기록해 3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지난 2022년 2·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023년 2·4분기(1.4%포인트)부터 상승전환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순수출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좌우할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기여도는 전분기와 같은 0.1%p에 그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달 20일까지 통관 기준 반도체 증가율이 높았다”며 “올해도 반도체 등 IT경기 개선이 수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소비의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보복소비 수요로 크게 늘었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0.2% 상승했으나 재회소비는 줄어들고 거주자의 국외 소비지출이 늘어난 결과였다. 해외 소비는 연관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생산 측면에서는 영향이 제한된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의 최근 흐름을 보면 지속해서 저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1·4분기에도 지난해 4·4분기 흐름대로 내수 부진이 주요한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올해 국내 경제는 세계 주요국 대비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2.7% 상승할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변수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로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은의 우려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을 반등시킬 경우 물가상승률 전망도 2.8%로 상회해 고금리 기조를 지지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 기후 변화 등 국내외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 돌입했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신 국장은 “2.0%대인 국내 잠재성장률을 두고 연구기관에서 1%대 혹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완화하거나 올리려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이에 맞춰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