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뒤늦은 ‘반성’…작년 40조 퍼준 보금자리론 올해는 10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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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5.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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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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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내부. 연합뉴스

올해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정책상품(정책모기지) 규모가 40조원가량으로 줄어든다. 지난해보다 약 30% 적은 수준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보금자리론 공급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쪼그라든다. 공급 대상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 이들로 한정된다. 지난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고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집값 반등과 가계 빚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처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올해 정책모기지 공급 계획을 25일 발표했다. 지난해 초 1년 한시 운영 상품으로 출시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은 예정대로 오는 29일 종료된다. 이달 30일부터는 2022년까지 운영됐던 보금자리론으로 다시 개편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의 올해 공급 규모를 5조∼15조원으로 잡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연간 공급액이 40조원을 넘은 데 견주면 큰 폭으로 쪼그라든 숫자다.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에서는 없었던 연소득 자격요건(부부 합산 7천만원 이하)을 부활시키고, 주택가격 상한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췄다. 금리도 초기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보다 0.05%포인트 높은 연 4.2∼4.5%로 책정했다. 취약계층에 한해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이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둘러싼 ‘정책 실패론’을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고소득층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고 가계부채를 자극했다는 비판을 반영한 셈이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와 서민·실수요층 집중 지원을 정책모기지 공급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론 매달 정책모기지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공급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 관리에 작지 않은 무게를 둔 셈이다.

변수는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정책모기지의 공급 규모다. 국토부는 올해 신생아 특례를 포함해 총 35조원 규모의 디딤돌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공급액(약 17조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숫자다. 올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신생아 특례 상품을 신설하면서 대폭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신생아 특례가 출산율이 높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수도권 주택 거래 회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경우 집값과 가계부채가 유의미하게 자극받을 수도 있다.

금융위는 디딤돌대출까지 포함한 정책모기지의 연간 공급액을 총 40조원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59조5천억원)보다 33% 줄어든 숫자다. 이를 위해 보금자리론은 디딤돌대출 공급 상황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보면서 5조∼15조원 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국토부는 저출산 대응이라는 정책 취지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공급하려고 할 것”이라며 “국토부 상황을 봐가면서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 확대에 초점이 있던 적격대출은 폐지된다. 금융위는 대신 민간 은행들이 직접 고정금리에 가까운 장기 주담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은행들의 장기자금 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 발행을 활성화하는 제도 개선안도 마련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의 신용을 보강해주는 등 간접적인 지원을 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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