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인거래소 주가 한달 만에 35% 하락… 두나무·빗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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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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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로 거래량 분산 전망
JP모건, 투자등급 강등하기도
국내 재검토 가능성에 두나무 주가도 약세

그래픽=정서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한 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크게 내린 가운데, 최근 국내 1위 거래소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 가격도 약세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가 하락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등장으로 비트코인 거래의 주도권이 증시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경우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와 발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정부가 재검토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승인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美 코인베이스 주가, 4주 만에 35% 하락

24일 뉴욕 증시의 나스닥 시장에서 코인베이스는 전날보다 2.3% 하락한 121.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186.36달러로 지난해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8일과 비교해 4주 만에 약 35% 하락한 수치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지난 10일 이후 하락률도 20%에 이른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했던 투자자들이 앞으로 주식 시장에서 전통 금융사의 ETF 상품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CNBC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핵심 사업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형 금융사들도 코인베이스의 성장성과 기업 가치에 대해 평가 절하하고 있다. JP모건은 코인베이스 주가가 올해 안에 80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췄다. 국내에서 이른바 ‘돈나무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신청하면서, 보유해 왔던 코인베이스 주식은 여러 차례에 걸쳐 대량으로 매도해 왔다.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재검토 가능성에 두나무도 약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비상장 주식 가격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과 투자자들의 해외 상품 거래 모두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내 거래소들의 주식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4일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의 주식은 9만7500원에 거래됐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이 나온 11일 두나무의 주식 가격은 13만1000원이었다. 최근 며칠간 주식 가치가 25% 넘게 하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2위 거래소인 빗썸의 장외 주식 가격도 18% 하락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크고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소유하면 안정성이 이슈가 될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와 발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1

최근 금융 시장과 정치권 등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정부와 당국의 규제 방침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여부와 관련해 “금융위에 ‘한다, 안 한다’는 식의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검토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사실상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거래소도 수혜” 분석도

다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최근 거래소들의 주가 하락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가상자산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거래량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도 커졌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도가 마무리되고 현물 ETF에 신규 투자가 유입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역시 거래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기대감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살아나자, 주요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ETF로 거래가 분산될 수 있지만, 알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계속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조정 국면이 지난 후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과 주가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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