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입원해도 돈번대"… 보험사기 권유자도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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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5. 오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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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수위 높인 '보험사기방지법' 국회 통과
알선·광고도 사기범처럼 처벌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
車 보험사기 피해자에게는
할증보험료 반환 구제하기로
사기범 年 10만명·피해액 1조
병원·브로커 가담해 조직화도




최근 병원장 A씨는 피부관리센터장 등과 공모해 피부 미용 시술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 진료서류와 영수증을 발급해 줬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환자 121명은 허위 의무기록을 근거로 보험금 6억1000만원을 편취했고, 피부관리센터장은 보험설계사 등 브로커를 고용해 환자가 결제한 금액의 10%를 수당으로 받았다. 병원장과 피부관리센터장, 브로커, 환자 등 126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조직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가담했거나 병원 종사자 등이 한통속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브로커형 보험사기 조직이 전국적으로 20개 이상, 인원으로 1700~2000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전담반(SIU) 조직을 만들고 첨단기술까지 활용해 사기 행위에 대응하고 있지만 관련 법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지 않아 역부족이라며 한탄해왔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재적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금융당국과 수사당국, 보험사들의 보험사기 대응도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보험사기를 알선하거나 유인, 권유, 광고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현재 보험사기 행위자와 동일한 처벌 수위인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보험금을 편취했거나 제3자가 편취할 수 있도록 할 때만 처벌이 가능했다.

개정안은 보험사기범에 대해서는 징역형과 더불어 이득액 이하의 벌금형도 병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금융당국의 권한도 강화된다. 이 법은 금융위원회의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자료제공 요청권을 신설하고 관계 행정기간과 보험회사, 정보통신사업자 등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불응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해 실효성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마련됐다. 자동차사고에서 보험사기가 발생해도 상대 운전자는 모르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 법안은 보험회사가 보험료가 할증된 상대 운전자에게 피해 사실을 고지하고 할증된 보험료를 반환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선 보험사기 행위 적발 시 보험산업 관계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빠졌다. 보험사기 유죄 판결 확정 시 보험금 반환을 의무화하고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최종 단계에서 빠졌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이번 개정 전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국회에서 총 16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태껏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사이 보험사기는 거침없는 속도로 확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증가세를 거듭하다 2022년에 1조818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적발 인원도 10만명을 넘어서 2022년 10만2679명에 달한다.

한 보험사 보험사기대응전담반 책임자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환자당 얼마를 달라. 아니면 옆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는 식의 보험(사기)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고, 일부 병원은 보험 브로커를 끼지 않으면 영업하기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며 "보험사기가 이제는 산업화까지 된 상황에서 필요로 했던 대응 수단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형사적으로 승소를 하더라도 상사채권(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일일이 다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보험사기범들은 배 째라는 식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업계에서 원했던 명단 공개 등도 사기 예방 효과를 고려하면 빠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주식 리딩방'으로 불리는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를 규제하는 자본시장·금융투자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 법안은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활용해 유료 회원제로 영업할 수 있는 자를 '투자자문업자'에 포함했다. 또 금융회사로 오인하게 하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거나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준수 사항을 위반한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정부가 제출한 채무자 회생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법인 회생 시 등록면허세를 비과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유준호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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