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꼴 날라…한은 '직접 유동성 공급' 난색, 긴축기조 지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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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브라더스운영진 (admin2)
2022.10.25 11:37:46
"처음에 너무 과도한 약을 쓸 수 없다. 대책은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출석, 자금경색 대책으로서 증권업계가 요구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과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재가동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아울러 "금융안정대출이나 SPV 재가동을 추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현시점 도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되자 2020년 5월 이 제도를 처음 신설한 뒤 3개월씩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지난해 2월 3일 종료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저신용 등급까지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SPV 재가동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SPV의 회사채·CP 매입은 지난해 말 중단됐다.
둘 다 한은이 직접 개입해 대출 등을 통해 유동성을 늘린다는 점에서 지난해 8월 이후 1년 넘게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조인 통화정책 기조와 상충된다.
한쪽에선 물길을 막는 둑을 쌓으면서 다른 한쪽에선 물길을 터주는 격으로, 한은이 쉽게 두 제도의 재개를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두 제도가 모두 가동된 2020년 초와 지금은 물가 등 경제 상황도 전혀 다르다.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19의 경기 충격을 막기 위해 기업과 가계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기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0.3%(2020년 5월)까지 추락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 중후반(8월 5.7%·9월 5.6%)에 이르고,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 총재가 "국민의 고통을 알지만, 경제손실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며 7·10월 사상 처음 두 차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한 상태다.
◇ 영국처럼 통화·재정정책 엇박자에 환율·신인도 타격 입을수도
더구나 한은이 나서 통화정책과의 충돌까지 무릅쓰고 유동성을 더 공급하면, 해외 투자자들과 시장이 이를 한국의 통화 완화로 해석해 자금이 더 빠져나가거나 지금보다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 총재가 24일 국감에서 "해외에서 이 정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의 우려다.
이 우려가 현실이 되면, 결국 우리나라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이 엇갈리면서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받은 영국의 전철을 밟는 셈이다.
지난달 말 영국 정부가 430억 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자 파운드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채를 담보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한 연기금들이 담보 가치 하락으로 보유 자산을 대거 투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결국 BOE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이달 14일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650억 파운드(약 102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총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서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채권시장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오히려 돈을 푸는 국채 매입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중앙은행이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고 감세를 추진하는 자체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심각한 '엇박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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